그린블리스 유신우 대표

환경, 동물, 인간 모두에게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면 좋겠어요!
그린블리스 유신우 대표

"제주 표선 바닷가 근처 마을 안쪽에 초록 지붕과 빨강 지붕의 두 건물이 맞붙어 있는 건물이 있다. 돌담 너머 길 잃은 백구 한 마리가 슬쩍 넘어와 마당 한 켠에서 목을 축이고 사료를 먹다 마당을 한 바퀴 돌아보고 쉰다. 한 가족은 아니지만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과 매일 들러 준비된 물과 사료를 먹고 쉬다 가는 동물이 함께 지낸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 공간의 이름은 ‘그린블리스’다."


Q. 그린블리스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그린블리스는 예쁘고 편안한 양말, 마스크, 티셔츠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식물성 오가닉 소재로 환경에 해를 최소화하면서 만들고, 자연과 동물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행동하려 노력하는 브랜드입니다.”



Q. 제주 표선의 쇼룸 공간에 대한 소개도 해 주세요.

“일찍이 제주도에 쇼룸을 열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늦춰졌어요. 그러다 작년(21년) 연말, 지금의 공간이 제 눈에 띄었어요. 그리하여 2022년 2월에 오픈한 그린블리스 제주 쇼룸은 그린블리스 제품이 판매되는 쇼룸 건물(초록 지붕)과 카페 겸 서점이 있는 건물(빨강 지붕)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 에너지로 공간 전기를 충당하고 있고요. 오가닉, 비건, 로컬,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합니다. 카페에 일회용 플라스틱이 없기 때문에 텀블러를 가지고 오지 않는 이상 카페의 메뉴들을 테이크아웃할 수 없어요. 비건 식당들과 종종 팝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환경이나 동물에 관한 책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공간에서 편하게 즐기시고 구매도 하실 수 있습니다.”



Q. ‘환경에 해를 최소화하여 만든다’는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린블리스는 동물성 소재는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모피나 가죽처럼 동물을 직접 죽여야 가능한 소재는 물론이고, 울, 앙고라, 거위털 등 생산 시 동물 학대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동물성 소재도 모두 쓰지 않아요. 동물을 길러내는 농장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도 심각합니다. 또한 저희는 플라스틱 소재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습니다. 양말 디자인을 위한 폴리에스터, 양말 탄성이나 티셔츠 목 시보리에 폴리우레탄 소재가 사용되고 있기에 아직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 브랜드는 아니예요. 아직 대안을 찾지 못했어요. 식물 소재라고 해서 다 괜찮은 것도 아닙니다. 식물 소재여도 농약이나 살충제가 많이 사용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식물성 오가닉 소재’가 환경, 동물, 소비자 건강 모두에 가장 낫다고 판단하여 식물성 오가닉 소재만 씁니다.”


Q. 이런 브랜드를 직접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몇 가지 사건이 계기가 되어 저는 우선 양말 브랜드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개인적으로 환경과 동물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던 시기에 양말의 주소재인 면(cotton)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어요. 면을 흔히들 식물성, 천연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달랐어요. 면이 재배되는 면적이 세계 경작지의 2% 정도를 차지하는데, 경작 시 사용되는 농약 총량의 10%와 살충제 사용량의 25%가 면을 재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환경에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찾아보니, 면 재배도 먹거리처럼 오가닉 재배 방식이 있다는 거 알게 됐어요. 그래서 오가닉 면을 주소재로 양말을 만들기 시작했죠. 오가닉 면 양말이 시작이었고, 지금은 반팔티셔츠, 손수건, 바지, 모자, 타월 등의 여러 오가닉 제품군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이 동물과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제품 디자인에 메시지를 담고, 환경단체나 동물단체들과 함께 매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환경과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구체적인 계기가 있으세요?

“제가 환경,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0년 전쯤 뉴스에서 본, 구제역 살처분 뉴스 영상이었어요. 10초가량 되는 짧은 영상이었는데 그 10초가 지금의 저와 그린블리스를 만들게 했습니다. 영상에서 본 장면은 충격적이었어요. 살처분 될 구덩이 속 돼지가 살겠다고 구덩이를 거슬러 올라오는데, 포크레인 주걱이 그 돼지를 다시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 장면이었죠. 아주 짧은 뉴스 영상 속에서 강력한 슬픔이 밀려왔어요. ‘살처분 되어 죽거나 음식으로 공급되기 위해 죽거나, 어차피 동물이 죽는 건 똑같은데,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슬픈 감정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다큐와 책들을 찾아봤죠. 돼지가 개보다도 더 똑똑한 동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제인구달 박사님의 말씀에서 영향을 크게 받았어요.




Q. 제품에 동물, 식물 등이 디자인되어 있는 게 특징인데, 제품 디자인은 어떤 방식으로 하시나요?

“어떤 동물이나 식물을 제품에 적용해 보고 싶다 떠오를 때, 그 표현을 가장 잘해 줄 것 같은 일러스트 작가님께 의뢰를 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제주 오름 중 하나인 물영아리 오름의 울창한 삼나무들과 소들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일러스트 작가님께 그 모습들을 상세히 말씀드리고 여러 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디자인을 완성해 물영아리 오름 양말이 탄생하게 됐죠.”






Q. 제주 쇼룸 창문에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붙여 놓으신 걸 보고 동물에 대한 세심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거 아세요? 국내에서 하루에 투명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조류가 2만 마리라고 해요, 쇼룸 창문에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붙여야 할까 고민했어요. 단층 낮은 주택이니 안 붙여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조류충돌 문제 관련 SNS 카페에 문의를 하였는데, 국내에서 조류충돌 문제를 가장 많이 다루시는 박사님이 “그런 건물에서도 어디에서 부딪힐지 모른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장 사 붙였어요. 카페와 서점 건물의 유리창은 태양광 설치물때문에 구조상 부딪힐 확률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안 붙였거든요. 그런데 최근 동박새 한 마리가 부딪혀 죽었습니다. 너무 미안했어요. 저의 세심함이 부족해 생긴 사고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시는 손님들이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보시고 많이들 물어보곤 하세요. 집 유리창에 조류가 부딪혀 죽는 경우를 경험하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그린블리스 공간에서 스티커를 판매하면서 붙이는 법을 알려드릴까 생각중이예요. 처음에 저희도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붙일 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었거든요. 어떻게 붙여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시는 분들을 위해 저희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Q. 서점 공간에 비건이나 동물 사랑과 관련된 출판물들이 많던데요.

“환경, 동물, 나아가 인간에게 나은 방향으로 우리가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서점 공간에 배치해두고 있으니, 편하게 보고 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책이 저희 브랜드의 주요 상품이 아니기에 가능한 점이예요. 와서 편하게 읽고 배우시고 환경, 동물에게 더 나은 쪽으로 함께 가주시면 좋겠어요. 과도한 육류 소비는 동물의 삶에 대한 문제이기 이전에 환경에 매우 악영향을 끼치는 문제입니다. 동물성 식습관보다는 채식 습관이 건강, 환경, 동물에 더 낫기에 비건 관련 책들을 많이 구비해두고 있어요.”



Q. 카페에서 일회용잔을 아예 쓰지 않아서 텀블러를 가져오지 않으면 테이크아웃이 안 되잖아요.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테이크아웃이 안 된다고 하여 그냥 나가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고작 한 번 마시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일회용 플라스틱은 전혀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Q. 태양광 전기로 가동되는 에어컨을 쓰고 계시던데, 태양광을 설치하게 된 계기는요? 실사용해 보니 어떠세요?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석탄 발전을 꼽을 수 있어요. 석탄 발전을 통해 우리가 가정, 가게, 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어 내죠. 그린블리스는 브랜드 제품뿐만 아니라 운영하는 공간도 환경에 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발생시킨 전력으로 두 건물과 전기차 충전에 씁니다. 태양광을 통한 전력은 이것들을 충분히 사용하고 나서 남을 만큼이기 때문에 남은 전력은 다음 달로 이월되어 사용하죠. 전기 요금은 기본료만 내고 있습니다.”  


Q. 싸고 빠르게 소비되는 패스트 패션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류 생산과 폐기 등에서 발생되는 환경 오염 문제도 굉장히 큽니다. 동물로부터 의류의 재료를 얻기 위해 동물에게 주는 극심한 고통, 합성(플라스틱) 섬유가 발생시키는 미세플라스틱 등도 문제고요. 유행은 매우 빠르게 많은 소비를 부추기죠.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자본주의가 지금의 기후 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저희도 제품을 많이 판매해서 수익을 내야하는 의류 브랜드이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모순일 수 있겠지만, 저희는 고객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예쁘고 편안하게, 그리고 오래 입으세요”라고요. 예쁘고 편안한 것은 제품의 본질일 것이고요, 오래 입으면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Q. 요즘 ‘친환경’이라는 말이 굉장히 부각되고 있어요.

“저는 ‘친환경’이라는 마케팅적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언가가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환경에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붙는다고 해서 무조건 환경에 무해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해야 해요. 인간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환경과 동물에 해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그린블리스는 그 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라 여기고 있고, 그런 가치에 동의하는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요?

“인류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브랜드가 되도록, 그때까지 잘 살아 남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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