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방&카페 노란우산 책방지기 지니

“동네에 책방이 있길 바라는 마음,
그걸 지키고 싶어요.“
그림책방&카페 노란우산 책방지기 ‘지니’

“한여름 어느 날, 꽃과 풀이 그려진 앞치마를 입고 책방 앞 화단에 시원하게 물을 주고 있는 분이 있었다. 그림책방&카페 노란우산에 처음 도착한 날, 그 모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입구에 성큼 들어서는 대신 조금 기다렸다. 밖에서 볼 땐 작아 보였는데 들어가 보니 꽤 공간이 컸고 그림책이 전면 배치되어 강력하게 나를 불러들이는 듯했다. 꽃 앞치마를 입고 아름답게 꽃에 물 주던 책방지기 지니 님은 환한 웃음과 힘있는 목소리로 손님을 맞았다. 궁금해진 책이 있어서 집어 들고 물을라 치면, 책방지기는 마치 미리 알고 기다린 듯이 책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하게 내어준다. 책방 한 켠에선 동네 주민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가족 단위의 여행자들은 어른 아이 없이 서로가 고른 책을 음료를 마시며 즐기는 동네 라운지 같은 곳, ‘그림책방&카페 노란우산’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제주 서귀포시에 한 곳, 제주시에 한 곳, 그림책방&카페 노란우산의 두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지니입니다. 엄청난 포부나 목표를 가지고 지점을 늘린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두 곳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저는 그림책 <엄마의 섬>을 낸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하고, 손으로 하는 것들은 보통 다 좋아해요. 손 뜨개질이나 소창 손수건 만들기 등을 책방 한 켠에서 해요. 친환경 매장에 직접 만든 소창 손수건을 보내 판매하기도 하고요. 저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는 제 남편 ‘램프’는 책방의 카페 부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Q. 그림책방&카페 노란우산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7년 전, 그러니까 2015년 서광점이 차려진 서광리는 ‘깡촌’ 그 자체였어요. 처음부터 책방은 아니었고 카페에서 출발했어요. 이곳에 카페를 차리니까 사람들이 걱정을 했죠. 카페를 하다가 무언가를 더하는데 그게 책방이라고, 그것도 그림책만 판다고 하니 사람들은 더더욱 저희를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7년 전 그 자리에서 지금도 ‘서광점’을 운영하고 있고, 제주시 애월에 ‘광령점’까지 운영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걱정한 것보단 잘 운영해 온 게 아닐까 생각해요. 책방과 카페를 같이 하고 있어서 책을 구매한 후 음료를 마시면서 읽다 가실 수 있어요.



Q. 서점을 두 지점이나 하시는 건, 그만큼 서점이 잘 된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그래서 지점을 늘리게 된 건가요?

전혀 아닙니다. ‘어쩌다 책방 두 개’가 된 거예요. 광령점은 사실 서광점의 임대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갑자기 서점이 없어지게 될까봐 불안해하다가 덜컥 계약하게 된 거였어요. 우려와 달리 재계약이 되어서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하루아침에 두 지점을 운영하게 되었죠. 운영 시간을 조금 줄이고 저와 램프가 나누어 두 지점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서점이 잘 되냐?’라고 물으신다면 서점만으로 충분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건 가능한 서점도 몇 군데 있긴 하지만, 보통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솔직히 말씀드려요. 책방지기들이 여러가지 일을 겸업해요. 저희도 카페를 겸업하고 있고, 강의도 나가고, 친환경 소창 손수건이나 손뜨개 상품을 만들어 팔기도 해요.


Q. 책방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요? 책방을 누가 열고 싶다고 한다면 하라고 하시겠어요 말리시겠어요?

저는… 힘들지만 ‘하라’고 합니다. 경제적 활동으로만 본다면 힘든 것은 맞아요. 하지만 수익이 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책방을 운영하거나 책방 외 여타의 수익 구조를 만들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책방을 하면서 가장 좋은 건,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면서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거예요. 책과 작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늘 만나니 제 세상이 안 바뀔 수가 없죠.


Q. 지금의 제주에는 책방이 꽤 많은데, 7년 전엔 어땠는지 궁금해요. 

당시에 제주 책방 하면 제주 동쪽 종달리에 있는 ‘소심한 책방’이 가장 대표적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몇 군데가 더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책방이 곳곳에 있진 않았어요.


Q. 책방이 많아도 고민이었겠지만, 책방이 거의 없는 것도 책방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겐 큰 부담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것도 ‘깡촌’이었던 지금 서광리에서요.

책방 운영에 대한 생각이 시작됐을 때, 여러가지 수업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그중, 일본 그림책 투어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일본에 다녀온 후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그림책 도서관, 갤러리, 박물관, 그림책 마을까지… 거기서 제가 영감을 받은 부분은 ‘크레용하우스(1976년 도쿄에 설립되어 40년 이상 운영중인 어린이 및 여성 전용 서점)’ 외 모든 곳이 시골 산중에 있었다는 점이에요. 시골 산중에 있음에도 공간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하더라고요. 서광점에서도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면 되겠다 생각했죠. 제주는 여행지니까 ‘조금만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겠다 각오했어요.


Q. 그래서 정말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서점이 되었나요?

현재 서광점에 오는 손님들 중 70%는 여행자예요. 반면, 제주시의 일반 상가 건물에 있는 ‘광령점’엔 제주도민 손님과 여행객이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서광점의 구옥 스타일이 여행자의 감성에 더 맞기도 하고요. 책방을 카페에 더한 후에 다양한 행사도 많이 했는데, 그때도 찾아오시는 분들은 도민분들이 아니라 육지에서 찾아오신 분들이었어요.


Q. 그분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을까요? 

그림책 전문 서점을 꾸리고 그때 마침 그림책 인기가 시작됐어요. 한국 그림책들이 해외로 알려져 나가고, 해외에서 들어온 좋은 그림책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작가, 출판 관련자들 사이에 ‘제주에 가면 그림책 전문 서점이 있다!’는 이야기가 돈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서점을 방문해 주시고, 북토크도 제안해 주시면서 이 시골에서 한달에 행사를 서너 개씩 했어요. ‘행사 매니아 책방’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서점을 열고 1년도 안 돼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운도 좋았지만, 그림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한 데 모아주는 공간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Q. 서점 중 ‘그림책 전문 서점’으로 꾸린 이유는요? 

당시 제주 동쪽에 있던 ‘소심한 책방’은 인문학 중심이었어요. 그래서 나름의 차별점을 줘서 제주서쪽에 그림책, 예술책 콘셉트의 서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책방을 차릴 결심을 하고서 다른 책방을 돌아다니며 배우는 시간이 있었죠. 그때 제가 생각한 건 ‘내가 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누구에게 권유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제 성격상 힘들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림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새 책이 오면 얼마든지 다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림책 전문 서점을 하게 되었죠.


Q.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데, 그림책 작가 타이틀을 가지고 책방을 내신 건가요?

아뇨. 그림책 작가가 된 것도 그림책방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후에 그림책에 대한 공부를 하려고 참여했던 ‘그림책 창작 과정’을 통해서였어요. 제가 안 읽어본 책을 손님에게 권할 수 없듯이, 그림책방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림책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불안했어요. 그림책을 공부하려는데 마땅한 것이 없더라고요. 그때 ‘그림책 한 권 만들고 나면 알지 않겠어?’라는 생각에 16개월간 수업에 참여했고 수업을 통해 쓴 글을 출판사에 투고하여 책 <엄마의 섬>이 출간되게 되었습니다. 


Q. 책방을 운영해 오는 동안 큰 위기가 한 번 있었다고요. 코로나19보다도 엄청났다고 하던데요.

21년 9월에 서광점에 화재가 났어요. 그때 저는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 램프에게서 전화가 왔죠. “서광점에 불이 났어, 다 탔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지 실감이 나지 않았죠. ‘관리를 소홀히 해서 이렇게 된 건가, 광령점까지 오픈하고 알게 모르게 욕심을 내어서 그런가…’ 오만 생각들이 저를 괴롭혔어요. 건물 골격만 빼놓고 책과 책장, 선반, 책상 등 내부가 모조리 다 타서 재가 됐어요.


Q. 엄청난 위기였네요. 그런데 지금의 책방은 그 위기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아주 잘 재정비가 되어 보여요.

엄청난 위기보다 더 엄청난 일이 그 후에 있었어요. 화재가 났을 때 작은 서점들의 연합회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에서 그 소식을 SNS에 공유하면서 모금해 주셨어요. 저는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 이런 소식을 공유하고 모금까지 하는 게 정말 면목이 없었어요. 온 몸이 막 떨렸어요. 모금이 시작되자마자 36시간 내에 5천 만원이 넘는, 책방 재건에 필요한 모금이 다 모였어요. 장학금 받은 걸 후원해준 학생들도 있었어요. 이런 후원을 받아도 되는지 혼란스럽고 고민이 되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때 ‘노란우산이란 공간에 대한 사랑, 동네책방이 유지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니 부담 느끼지 말고 최선을 다해 다시 서점을 꾸려.’라고 해 주신 목소리가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그리고 모금된 돈을 정말 투명하게 아껴서 썼고요, 인테리어 다시 할 때 최소한의 자재비만 받고 해 주신 전문가분들, 무료봉사로 와서 도와주신 분들도 있어요. 이제 저는 이 서점 운영을 절대 포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만의 서점이 아니니까요.


Q. 36시간 내에 5천 만원이 넘는 후원금이라뇨. 엄청난데요?

모두가 깜짝 놀랐어요. 이게 책의 힘인가? 책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 결국 그건 책의 힘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책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죠. 책이 사람을 길러내니까요. 그런 공감대 속에서 많은 분들이 책방이란 공간이 불타 힘없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갔을 때 그 자리에 여전히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정말 많이 듣거든요. 결국 책방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들이 모인 것 같아요.


Q. 서점을 하기 이전에 간호사셨다고요. 간호사와 책방지기. 그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응급실, 정신과 간호사 등을 했어요. 그리고 호스피스 간호사가 되려고 했죠. 간호사일 때도 사람들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온전한 케어를 해보고 싶었어요. 약 주고, 주사 놔주는 것 말고 공감하고 위로를 주는… 간호사보다 치료사이고 싶었달까요. 정신과에 근무하면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것을 실감했고, 그런 쪽으로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림책도 하나의 테라피 도구이고, 그림책 읽기는 테라피의 한 방법이에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생각한 ‘치료사로서의 간호사’와 그림책을 추천하고 파는 책방지기는 꽤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Q. 로컬에서 책방들이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면서요?

네, 제주에선 서귀포권과 제주시권으로 나뉘어 지역권 내 책방들이 혼자 하기 어려운 것들, 하지만 연대하면 쉬워지는 것들을 함께 하려고 해요. 서귀포에선 ‘서귀포문화도시’의 지원으로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책방데이’라는 것을 3년째 진행중이에요. 서귀포에 있는 책방들이 정해진 요일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책방을 아지트로 하여 진행합니다. 제주시에서는 제주시 책방들의 연대인 ‘책섬’이 매년 책방 축제를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책방에 올 손님들에게 하고싶은 말 있으세요?

‘힐링하러 오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책방에 오는 다양한 마음이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이든 오면 분명히 힐링되실 거예요. 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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