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고생을 하세요!”
빌드업 코치 & 맘블리 류재일 이사
“제주에 와서 시도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었다(그것이 바로 ‘로컬취향’). 직장 밖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일은 생소했고 어려웠다. 그때 제주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기관 주최 행사에 초청된 창업 전문 멘토가 아닌, 이제 시작하는 나 같은 사람들보다 한두발자국 앞서 있는 창업자들을. 그때 제주의 창업자들이 모여 있는 오픈채팅방 ‘제주 스타트업&창업자 모임’을 찾았다. 그곳의 방장이 바로 ‘빌드업 코치’다. “무엇이든 살려는 드립니다.” 라는 구호로 힘을 북돋아주는 빌드업 코치(buildup coach)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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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주 창업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빌드업 코치’이자 육아 콘텐츠 구독서비스 ‘맘블리(mombly.kr)’ 이사 류재일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2009년에 소셜 커머스 창업을 통해 창업을 시작했고, 이후로 다양한 스타트업 창업을 연쇄적으로 했어요. 그리고 3년 전에 제주로 왔습니다. 2019년에 베트남에서 창업을 했는데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정리하고 돌아왔는데 그때 제주로 오게 됐어요.”
Q. 제주 오실 때는 베트남에서 창업을 하신 상태였어요?
“네. 베트남에서 오픈을 하고 서비스가 잘 운영되고 있었는데 코로나를 맞았죠. 조금 버티긴 했는데 코로나로 베트남이 락다운 되니 버티는 게 방법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정리하고 돌아왔습니다.”
Q. 그럼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얼마 전 ‘맘블리’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창업을 이어왔는데, 최근에 좋은 기회가 있어서 엄마들의 커뮤니티 서비스 ‘맘블리’를 전담하게 되었어요. 제주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빌드업 코치로서의 역할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Q. 제가 코치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제주 창업자 모임을 통해서예요. ‘빌드업 코치’라고 불리시잖아요. 그 이름을 가지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2021년 중반부터 주변에서 정부 지원 사업이나 창업에 대해 궁금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저를 많이 찾아오셨어요. 다들 하시는 말씀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였어요.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공동 창업자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그렇게 고민하여 제 의견을 공유해드렸는데 예비 창업자는 창업을 해서 투자를 받으시고, 기존 창업자분들은 매출이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됐죠. 그런 분들이 한둘 씩 생기기 시작하니 저를 찾아오는 분들이 더 많아졌어요.”
Q. 창업을 준비하거나 기창업하신 분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셨군요?
“다들 고민이 있는데 만나지 못하고 따로따로 움직이고 헤매고 있고, 궁금한 게 있어도 어디에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는 제주의 자영업자나 창업가가 많아요. 특히 육지에 비해 제주는 그런 걸 접할 인프라나 기회가 약하니까요. 개개별로 만나 제가 함께 고민을 해드리다가, 이 분들이 서로가 정보도 교환하고 모임을 가지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단톡방을 만들었어요.”
Q. 그게 단톡방 ‘제주 스타트업&창업자 모임’의 시작이군요. 그곳에서 빌드업 코치라 불리기 시작하셨고요.
“네, 오픈하고 3-4개월만에 200명이 모였고, 현재 300명이 넘는 분들이 모여 있어요. 그곳에서 누구는 저의 이름을 부르고 누구는 저를 ‘컨설턴트’라 부르니 헷갈리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컨설팅이나 멘토라는 말을 싫어하는데, 제가 하는 일이 ‘코치’정도인 것 같다는 생각에 ‘빌드업 코치’라는 별명을 만들었어요.”
Q. 제주에서 창업하는 것, 다른 지역에 비해 기회인가요 아니면 더 어려운 일인가요?
“여기보다, 여기만큼 창업하기 좋은 데가 없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예상 외의 답변인데요. 어떤 의미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일단 제주는 유명해지기가 쉬워요. 유명이라는 게 국회의원이 되어서 명성 떨치는 그런 류의 유명세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절실해서 창업을 한다면, 그것이 제주에서는 해당 분야에서 첫번째가 될 확률이 높아요. 제주 인구가 약 70만인데, 도민을 상대로 하면 서비스가 안 됩니다. 특히 투자 받기가 힘들어요. 인구 대비 투자가 들어가는데 인구가 작은 이곳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어요. 제주 내 기관들의 투자는 가능할지 몰라도요.”
Q. 제주에서 되는 건 요식업밖에 없다는 말도 자주 들었어요.
“도민 인구가 적으니까 애초에 시장 규모가 작죠. 그러니 어차피 관광객 상대로 사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관광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소비를 하고 매출이 많이 나오는 분야는 렌트와 숙박이에요. 그런데 그건 육지에서 이미 예약을 하고 오죠. 그러니 이곳에 와서 실제로 소비하는 건 ‘요식업’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사실은 할 수 있는 게 되게 많습니다. 무엇이든 조금 새로우면 그것이 ‘첫번째일 확률’이 높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대로 결심하고 뭔가를 하려고 한다면, 작은 하나만 혁신하면 돼요. 그럼 그게 최초일 가능성이 크고, 최초이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Q. 최초라는 건 다르게 생각해보면 생소해서 시장에서 안 먹힐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겠죠. 그런데 한 6개월만 제대로 지속하면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의 존재를 알기 시작할 거예요.그게 제대로된 아이디어라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서비스일 테니 성장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제주에는 아직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본인의 아이디어에 넣어서 시작하세요. 지원 사업에 합격하려고 트렌드에 끼워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한 번 제대로 해 보겠다고 생각하신다면요. 그렇게 하면 분명 제주에서 유명해질 수 있어요. 유명하다는 건 그만큼 마케팅적인 힘을 가져간다는 말입니다.”
Q. 시작하면 어떻게든 살려는 주시나요?
“하하. 네. 매주 토요일에 딱 한 분씩만 만나요. 컨설팅비를 받고 하는 컨설팅이 아닙니다. 공동창업자라 생각하고 제가 한 다양한 창업 경험의 성공과 실패에서 제가 가지게 된 인사이트를 통한 의견을 나누어 드려요. 그것을 잘 받아들여 빠르게 시도하느냐 마냐는 본인들의 역량입니다.”
Q. 고민을 가지고 오는 분들의 분야가 다양할 것 같은데요.
“저는 주로 플랫폼 서비스 중심의 창업을 해왔어요. 하지만 플랫폼이든 식당이든 결국 비즈니스의 큰 구조와 방식은 다 비슷해요. 한 분야에서 제대로 고민하고 시도해 봤다면 다른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게 많습니다.”
Q. 제주에서 창업하시려는 분들에게 창업에 대한 힌트랄까요. 조그만 아이디어를 주신다면요?
“스스로 ‘내가 이런 사업을 할 건데, 내가 만든 게 최고야.’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주 지역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그래서 무엇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는지 확인도 안 하고요. 조금만 머리를 써서 지역에서 필요로 하고 기관의 관심이나 자금의 흐름이 가는 카테고리를 확인하고 진입하면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전세계적인 트렌드나 투자 카테고리의 변화 등을 모니터링 하면서 아이템을 그에 맞게 발전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Q. 창업을 할 때 어떤 목표나 마인드를 가지고 해야 성공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1년 뒤에 어떻게 되어 있을 거다. 그럼 2년 뒤에는 이렇게 돼 있을 거고, 3년 뒤에는 어떻게 될 거다.’라는 구체화된 그림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 3년 안에 엑시트를 할 것이다, 혹은 2년 내에 오프라인 매장은 몇 개, 온라인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그 다음에 시리즈 투자를 어떻게 받을 건지 등의 큰 틀을 최소 3-4년짜리를 세워놓고 시작해요. 그렇게 하다가 1년 안에 거꾸러지면 바로 접어요. 왜냐면 시장에서 내 아이디어가 증명이 안 된다는 의미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고생을 하더라도 돈이 되는 고생을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돈만 보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요. 이 접근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사견이나 편견은 넣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내가 이 비즈니스로 몇 십억, 몇 백억 벌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미국 투자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봐요. 미국 투자 시장을 보면, 이후에 한국 투자 시장이 어떻게 돌아갈지 보이니까요.”
Q. 결국 비즈니스를 하는 데에 투자 받는 것은 필수라는 말로도 들리네요.
“그 누구도 몇 백 억 쌓아 놓고 사업을 시작하진 못하니까요. 어떤 사업이든 어느 시점에서 분명히 투자가 필요해요. 투자라는 게 어느 날 투자자가 그냥 찾아와서 ‘내가 투자할게!’ 하고 일어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앞에서 말한 것들 정도는 해줘야 하죠.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내가 시작만 하면, 이 사업을 오픈하면, 투자도 되고 성공할 거야.’ 라고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Q. 최근 오픈한 온라인 서비스 ‘맘블리’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맘블리는 육아 콘텐츠 구독 서비스입니다. 맘블리는 여성의 라이프 전체를 다루는 콘텐츠를 다룹니다. ‘키즈 테크’가 아니라 ‘페어런트 테크(parent tech)’예요. 맘블리의 타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머니들입니다. 여성들이 엄마가 되고 나서 겪는 정체성 혼란이나 다양한 감정 등을 각자가 블로그나 SNS에 발산하고 있어요. 그 속에 진짜 정보들이 있죠. 그런 분들을 모시고 작가이자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게 ‘앰버서더’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공유해주신 콘텐츠를 마케팅해 드립니다. ‘와서 자랑하세요. 우울해하지 마시고요. 당신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라고 북돋습니다. 이후에는 맘블리의 오프라인 공간에 와서 직접 이야기를 공유해 주시거나 강의를 하실 수도 있고요, 그러는 동안 공간에서 아이 돌봄도 할 수 있게 그림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Q. 이야기 속에서 엄청난 확신과 자신감이 느껴져요.
“이렇게 접근을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확신과 계획도 있긴 합니다.”
Q. 다양한 창업 경험이 있으신데, 실패한 것도 있으신가요?
“실패한 것… 많죠. 웹툰 플랫폼을 했는데 아주 처절하게 실패했어요. 투자도 받고 서울 강남에 건물을임대해서 시작을 했죠. 웹툰 시장이 열리는 것을 보고, 웹툰을 찍어내듯 만들어 내고 싶었어요. 영화∙드라마 기획사에 가 보면 시나리오가 엄청나게 쌓여 있어요. 그것을 각색하면 웹툰 시나리오가 금방 되거든요. 당시 웹툰이 영화화되기 시작할 때였어요. 그렇게 쌓여 있는 시나리오들을 가지고 와서 스토리를 각색해서 웹툰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대량으로 찍어내고 싶었어요.”
Q. 그런데 왜 실패했어요?
“웹툰을 찍어내는 공장을 하고 싶었는데, 제가 간과한 게 한 가지 있었어요. 웹툰 작가들 컨트롤이 안 되었습니다. 사무실에 좋은 태블릿을 갖춰 놓고 시나리오를 가져와 웹툰으로 스토리보드를 그려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나오는 거예요. 왜냐면, 웹툰 작가들은 다들 아티스트예요. 정해진 시간에 나와서 동일한 양만큼 찍어내는 식의 작업 자체가 되질 않았어요. 아티스트의 세계를 모르고 접근한 게 실패 요인이었습니다.”
Q. 그럼에도 실패를 이겨내고 이후에도 다양한 창업을 이어오셨군요. 누군가에겐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힘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제게 1순위는 현재, 완벽하게 ‘맘블리’입니다. 계획한대로 빠르게 진행시켜 갈 것입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저를 찾아오는 창업자들을 만나는 걸 지속할 거예요. ‘얼라이브 데이(Alive day)’라고 부르고 있어요. 제가 창업자분들께 도움이 되려고 접근했을 때 제가 가장 잘하는 부분은 ‘피봇 디렉팅’입니다. 다양한 의미의 피봇(pivot, 기존 사업 아이템에 변화를 주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있는데 저는 주로 사업 모델 내에서 돈이 안 되는 걸 빠르게 바꿔서 돈 되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방식의 피봇을 고민해 드립니다.”
Q. 창업을 하려는 분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뭘 하든 고생이에요. 하지만 고생을 해도 ‘돈 되는 고생’을 하세요. 돈 안 되는 고생을 하면 늙기만 해요. 단적으로 말해서, 제품이 안 팔려서 지원 사업 받으려고 그것에 시간과 노력을 다 쏟는 대신에 내가 파는 제품의 타깃이 되는 사람들한테 SNS로 다가가서 매일매일 좋아요, 댓글 달기를 해요. 그렇게 한 달 하면 팔로우가 1천 명이 늘어요. 돈 되는 고생의 아주 간단하고 쉬운 예시예요. 이런 고생은 결과가 남잖아요. ‘정부 지원 사업을 받지 마라’가 아니고요, 정부 지원 사업을 목표로 하지 말라는 이야기이고, 지원 사업에 목메는 대신 실질적으로 내 비즈니스에 필요한 노력, 결과가 남는 노력을 하셨으면 합니다.”
“제주에 와서 시도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었다(그것이 바로 ‘로컬취향’). 직장 밖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일은 생소했고 어려웠다. 그때 제주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기관 주최 행사에 초청된 창업 전문 멘토가 아닌, 이제 시작하는 나 같은 사람들보다 한두발자국 앞서 있는 창업자들을. 그때 제주의 창업자들이 모여 있는 오픈채팅방 ‘제주 스타트업&창업자 모임’을 찾았다. 그곳의 방장이 바로 ‘빌드업 코치’다. “무엇이든 살려는 드립니다.” 라는 구호로 힘을 북돋아주는 빌드업 코치(buildup coach)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주 창업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빌드업 코치’이자 육아 콘텐츠 구독서비스 ‘맘블리(mombly.kr)’ 이사 류재일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2009년에 소셜 커머스 창업을 통해 창업을 시작했고, 이후로 다양한 스타트업 창업을 연쇄적으로 했어요. 그리고 3년 전에 제주로 왔습니다. 2019년에 베트남에서 창업을 했는데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정리하고 돌아왔는데 그때 제주로 오게 됐어요.”
Q. 제주 오실 때는 베트남에서 창업을 하신 상태였어요?
“네. 베트남에서 오픈을 하고 서비스가 잘 운영되고 있었는데 코로나를 맞았죠. 조금 버티긴 했는데 코로나로 베트남이 락다운 되니 버티는 게 방법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정리하고 돌아왔습니다.”
Q. 그럼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얼마 전 ‘맘블리’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창업을 이어왔는데, 최근에 좋은 기회가 있어서 엄마들의 커뮤니티 서비스 ‘맘블리’를 전담하게 되었어요. 제주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빌드업 코치로서의 역할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Q. 제가 코치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제주 창업자 모임을 통해서예요. ‘빌드업 코치’라고 불리시잖아요. 그 이름을 가지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2021년 중반부터 주변에서 정부 지원 사업이나 창업에 대해 궁금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저를 많이 찾아오셨어요. 다들 하시는 말씀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였어요.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공동 창업자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그렇게 고민하여 제 의견을 공유해드렸는데 예비 창업자는 창업을 해서 투자를 받으시고, 기존 창업자분들은 매출이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됐죠. 그런 분들이 한둘 씩 생기기 시작하니 저를 찾아오는 분들이 더 많아졌어요.”
Q. 창업을 준비하거나 기창업하신 분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셨군요?
“다들 고민이 있는데 만나지 못하고 따로따로 움직이고 헤매고 있고, 궁금한 게 있어도 어디에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는 제주의 자영업자나 창업가가 많아요. 특히 육지에 비해 제주는 그런 걸 접할 인프라나 기회가 약하니까요. 개개별로 만나 제가 함께 고민을 해드리다가, 이 분들이 서로가 정보도 교환하고 모임을 가지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단톡방을 만들었어요.”
Q. 그게 단톡방 ‘제주 스타트업&창업자 모임’의 시작이군요. 그곳에서 빌드업 코치라 불리기 시작하셨고요.
“네, 오픈하고 3-4개월만에 200명이 모였고, 현재 300명이 넘는 분들이 모여 있어요. 그곳에서 누구는 저의 이름을 부르고 누구는 저를 ‘컨설턴트’라 부르니 헷갈리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컨설팅이나 멘토라는 말을 싫어하는데, 제가 하는 일이 ‘코치’정도인 것 같다는 생각에 ‘빌드업 코치’라는 별명을 만들었어요.”
Q. 제주에서 창업하는 것, 다른 지역에 비해 기회인가요 아니면 더 어려운 일인가요?
“여기보다, 여기만큼 창업하기 좋은 데가 없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예상 외의 답변인데요. 어떤 의미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일단 제주는 유명해지기가 쉬워요. 유명이라는 게 국회의원이 되어서 명성 떨치는 그런 류의 유명세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절실해서 창업을 한다면, 그것이 제주에서는 해당 분야에서 첫번째가 될 확률이 높아요. 제주 인구가 약 70만인데, 도민을 상대로 하면 서비스가 안 됩니다. 특히 투자 받기가 힘들어요. 인구 대비 투자가 들어가는데 인구가 작은 이곳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어요. 제주 내 기관들의 투자는 가능할지 몰라도요.”
Q. 제주에서 되는 건 요식업밖에 없다는 말도 자주 들었어요.
“도민 인구가 적으니까 애초에 시장 규모가 작죠. 그러니 어차피 관광객 상대로 사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관광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소비를 하고 매출이 많이 나오는 분야는 렌트와 숙박이에요. 그런데 그건 육지에서 이미 예약을 하고 오죠. 그러니 이곳에 와서 실제로 소비하는 건 ‘요식업’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사실은 할 수 있는 게 되게 많습니다. 무엇이든 조금 새로우면 그것이 ‘첫번째일 확률’이 높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대로 결심하고 뭔가를 하려고 한다면, 작은 하나만 혁신하면 돼요. 그럼 그게 최초일 가능성이 크고, 최초이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Q. 최초라는 건 다르게 생각해보면 생소해서 시장에서 안 먹힐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겠죠. 그런데 한 6개월만 제대로 지속하면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의 존재를 알기 시작할 거예요.그게 제대로된 아이디어라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서비스일 테니 성장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제주에는 아직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본인의 아이디어에 넣어서 시작하세요. 지원 사업에 합격하려고 트렌드에 끼워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한 번 제대로 해 보겠다고 생각하신다면요. 그렇게 하면 분명 제주에서 유명해질 수 있어요. 유명하다는 건 그만큼 마케팅적인 힘을 가져간다는 말입니다.”
Q. 시작하면 어떻게든 살려는 주시나요?
“하하. 네. 매주 토요일에 딱 한 분씩만 만나요. 컨설팅비를 받고 하는 컨설팅이 아닙니다. 공동창업자라 생각하고 제가 한 다양한 창업 경험의 성공과 실패에서 제가 가지게 된 인사이트를 통한 의견을 나누어 드려요. 그것을 잘 받아들여 빠르게 시도하느냐 마냐는 본인들의 역량입니다.”
Q. 고민을 가지고 오는 분들의 분야가 다양할 것 같은데요.
“저는 주로 플랫폼 서비스 중심의 창업을 해왔어요. 하지만 플랫폼이든 식당이든 결국 비즈니스의 큰 구조와 방식은 다 비슷해요. 한 분야에서 제대로 고민하고 시도해 봤다면 다른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게 많습니다.”
Q. 제주에서 창업하시려는 분들에게 창업에 대한 힌트랄까요. 조그만 아이디어를 주신다면요?
“스스로 ‘내가 이런 사업을 할 건데, 내가 만든 게 최고야.’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주 지역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그래서 무엇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는지 확인도 안 하고요. 조금만 머리를 써서 지역에서 필요로 하고 기관의 관심이나 자금의 흐름이 가는 카테고리를 확인하고 진입하면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전세계적인 트렌드나 투자 카테고리의 변화 등을 모니터링 하면서 아이템을 그에 맞게 발전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Q. 창업을 할 때 어떤 목표나 마인드를 가지고 해야 성공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1년 뒤에 어떻게 되어 있을 거다. 그럼 2년 뒤에는 이렇게 돼 있을 거고, 3년 뒤에는 어떻게 될 거다.’라는 구체화된 그림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 3년 안에 엑시트를 할 것이다, 혹은 2년 내에 오프라인 매장은 몇 개, 온라인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그 다음에 시리즈 투자를 어떻게 받을 건지 등의 큰 틀을 최소 3-4년짜리를 세워놓고 시작해요. 그렇게 하다가 1년 안에 거꾸러지면 바로 접어요. 왜냐면 시장에서 내 아이디어가 증명이 안 된다는 의미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고생을 하더라도 돈이 되는 고생을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돈만 보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요. 이 접근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사견이나 편견은 넣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내가 이 비즈니스로 몇 십억, 몇 백억 벌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미국 투자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봐요. 미국 투자 시장을 보면, 이후에 한국 투자 시장이 어떻게 돌아갈지 보이니까요.”
Q. 결국 비즈니스를 하는 데에 투자 받는 것은 필수라는 말로도 들리네요.
“그 누구도 몇 백 억 쌓아 놓고 사업을 시작하진 못하니까요. 어떤 사업이든 어느 시점에서 분명히 투자가 필요해요. 투자라는 게 어느 날 투자자가 그냥 찾아와서 ‘내가 투자할게!’ 하고 일어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앞에서 말한 것들 정도는 해줘야 하죠.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내가 시작만 하면, 이 사업을 오픈하면, 투자도 되고 성공할 거야.’ 라고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Q. 최근 오픈한 온라인 서비스 ‘맘블리’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맘블리는 육아 콘텐츠 구독 서비스입니다. 맘블리는 여성의 라이프 전체를 다루는 콘텐츠를 다룹니다. ‘키즈 테크’가 아니라 ‘페어런트 테크(parent tech)’예요. 맘블리의 타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머니들입니다. 여성들이 엄마가 되고 나서 겪는 정체성 혼란이나 다양한 감정 등을 각자가 블로그나 SNS에 발산하고 있어요. 그 속에 진짜 정보들이 있죠. 그런 분들을 모시고 작가이자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게 ‘앰버서더’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공유해주신 콘텐츠를 마케팅해 드립니다. ‘와서 자랑하세요. 우울해하지 마시고요. 당신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라고 북돋습니다. 이후에는 맘블리의 오프라인 공간에 와서 직접 이야기를 공유해 주시거나 강의를 하실 수도 있고요, 그러는 동안 공간에서 아이 돌봄도 할 수 있게 그림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Q. 이야기 속에서 엄청난 확신과 자신감이 느껴져요.
“이렇게 접근을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확신과 계획도 있긴 합니다.”
Q. 다양한 창업 경험이 있으신데, 실패한 것도 있으신가요?
“실패한 것… 많죠. 웹툰 플랫폼을 했는데 아주 처절하게 실패했어요. 투자도 받고 서울 강남에 건물을임대해서 시작을 했죠. 웹툰 시장이 열리는 것을 보고, 웹툰을 찍어내듯 만들어 내고 싶었어요. 영화∙드라마 기획사에 가 보면 시나리오가 엄청나게 쌓여 있어요. 그것을 각색하면 웹툰 시나리오가 금방 되거든요. 당시 웹툰이 영화화되기 시작할 때였어요. 그렇게 쌓여 있는 시나리오들을 가지고 와서 스토리를 각색해서 웹툰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대량으로 찍어내고 싶었어요.”
Q. 그런데 왜 실패했어요?
“웹툰을 찍어내는 공장을 하고 싶었는데, 제가 간과한 게 한 가지 있었어요. 웹툰 작가들 컨트롤이 안 되었습니다. 사무실에 좋은 태블릿을 갖춰 놓고 시나리오를 가져와 웹툰으로 스토리보드를 그려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나오는 거예요. 왜냐면, 웹툰 작가들은 다들 아티스트예요. 정해진 시간에 나와서 동일한 양만큼 찍어내는 식의 작업 자체가 되질 않았어요. 아티스트의 세계를 모르고 접근한 게 실패 요인이었습니다.”
Q. 그럼에도 실패를 이겨내고 이후에도 다양한 창업을 이어오셨군요. 누군가에겐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힘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제게 1순위는 현재, 완벽하게 ‘맘블리’입니다. 계획한대로 빠르게 진행시켜 갈 것입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저를 찾아오는 창업자들을 만나는 걸 지속할 거예요. ‘얼라이브 데이(Alive day)’라고 부르고 있어요. 제가 창업자분들께 도움이 되려고 접근했을 때 제가 가장 잘하는 부분은 ‘피봇 디렉팅’입니다. 다양한 의미의 피봇(pivot, 기존 사업 아이템에 변화를 주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있는데 저는 주로 사업 모델 내에서 돈이 안 되는 걸 빠르게 바꿔서 돈 되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방식의 피봇을 고민해 드립니다.”
Q. 창업을 하려는 분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뭘 하든 고생이에요. 하지만 고생을 해도 ‘돈 되는 고생’을 하세요. 돈 안 되는 고생을 하면 늙기만 해요. 단적으로 말해서, 제품이 안 팔려서 지원 사업 받으려고 그것에 시간과 노력을 다 쏟는 대신에 내가 파는 제품의 타깃이 되는 사람들한테 SNS로 다가가서 매일매일 좋아요, 댓글 달기를 해요. 그렇게 한 달 하면 팔로우가 1천 명이 늘어요. 돈 되는 고생의 아주 간단하고 쉬운 예시예요. 이런 고생은 결과가 남잖아요. ‘정부 지원 사업을 받지 마라’가 아니고요, 정부 지원 사업을 목표로 하지 말라는 이야기이고, 지원 사업에 목메는 대신 실질적으로 내 비즈니스에 필요한 노력, 결과가 남는 노력을 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