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소리를 듣고 있으면 바다도 하나의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 기업 '리앗' 이인아 대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마다 느껴지는 세세한 느낌과 정서가 있다. 그 느낌과 실제 모습이 맞는지 파고드는 게 인터뷰어의 일일지도 모르겠다. 첫인상은 상대를 알아보게 할 수도, 오해하게 할 수도 있다. 우연한 자리에서 음악 기업 ‘리앗’의 이인아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무채색, 물과 같은 느낌인데, 아름답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때 작지만 동시에 강하고 또렷한 음색을, 자유로우면서도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에너지를 느꼈다. 첫인상과 진짜 모습이 다르지 않고, 음악 하는 사람의 아름다움과 강단이 있는 분, 제주에서 ‘리앗’을 운영하는 이인아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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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 기업 ‘리앗’의 대표 이인아입니다. 현재 제주에서 음악 제작과 교육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제주에서 음악 작업을 한다’라고 하면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어요. 대표님에게서 보이고 느껴지는 이미지도 제주, 그리고 음악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첫 만남에도 했거든요. 제주에서 어떻게 음악 작업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제주 토박이는 아니지만 학창 시절부터 제주와 육지를 오가며 살았어요. 그러다가 2020년부터 제주에 정착하게 됐는데요, 제주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음악 작업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가끔 떠나고 싶은 순간이 있기도 하지만, 바다와 숲이 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이 음악 작업하는 저에게는 중요해요. 그래서 제주라는 지역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죠. 2021년부터 자연의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제주의 모든 바다와 숲이 제 작업실 같은 기분이 들어요.”
Q. 음악 기업 ‘리앗’이 궁금합니다. 먼저 리앗은 무슨 의미인가요?
“리앗은 ‘소리의 씨앗’이라는 뜻이에요. 세상의 소리를 활용해 음악을 만들어 싹을 틔우고, 사람들과 음악으로 교류하며 열매 맺고 성장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 기업 리앗은 음악 제작, 음악 치유, 음악 교육의 영역에서 다양한 작업과 활동을 합니다.”
Q. 리앗이 하는 사업 영역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려요.
“‘리앗’은 음악 제작, 치유, 교육 활동 등을 합니다. 음악 제작은 리앗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것과 외부의 의뢰를 받아 제작하는 것으로 나눠 볼 수 있어요. 올해는 자체적인 기획을 통한 음원 제작의 확장으로써 ‘음악엽서책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어요. 또한 타 기업의 매장이나 브랜드 영상 등에 사용될 곡을 목적에 맞게 제작해 드리는 작업도 하고요. 음악 치유에서는 일반인들이 연주나 작곡을 하면서 내면을 탐하고 현재의 나를 방해하는 감정들을 내보내는 작업을 합니다. 좀 거창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요. 쉽게 말해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는 거예요. 교육 활동으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 이론과 작곡 강의를 하는데, 학기 중에는 주로 학교에 출강하고 방학에는 리앗 센터(제주시 일도이동 소재)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수업하고 있어요.”
Q. ‘음악엽서책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올해 가장 집중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음악엽서책 프로젝트’는 제주 바다의 음악과 사진이 담긴 엽서책을 만드는 활동입니다. 책 제목은 <빛의 바다, 들려오다 (부제: Sunrise to Sunset on the Sea)>인데요, 약 3년간 촬영한 다양한 바다의 모습을 해가 뜨고 지기까지의 과정으로 담아냈어요. 이 엽서책만의 특별한 점은 바다 사진을 눈으로 봄과 더불어 해당 바다의 음원을 귀로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열두 개 바다의 소리에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가야금,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의 선율이 어우러진 음악 QR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음악엽서책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판매를 시작합니다. 이후에 더욱 많은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에요.”
Q. 음악엽서책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주 바다의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면 바다도 하나의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끊임없이 몰아칠 때가 있는가 하면, 나지막이 찰랑이며 귀를 간지럽힐 때도 있죠. 넘실대는 파도 소리, 얼굴을 스쳐 가는 바람 소리 등 예측할 수 없는 자유로운 바다의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어 간직하고 싶었어요. 눈과 귀로 동시에, 어디에서든, 제주 바다를 가까이서 느낄 방법으로써 ‘음악엽서책’을 많은 분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Q. 음악엽서책을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제주 바다를 직접 듣고 보고 싶지만, 여건상 쉽게 갈 수 없는 분들, 혹은 저처럼 제주 바다의 소리를 잘 간직하고 자주 열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가닿길 바랍니다. 음악엽서책은 ‘언제나 바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제주 바다를 만나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계실 거예요. 음악엽서책 <빛의 바다, 들려오다>가 여러분에게 바다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Q. 음악엽서책 속 음원에 담긴 음악 작곡과 연주를 직접 다 하신 건가요?
“음악 작곡은 제가 직접 다 했고, 피아노 연주는 한 곡의 연주 빼고는 제가 했어요. 피아노 외 다른 악기들은 연주자들을 섭외해서 진행했죠. 또 중요한 합주자들이 있는데요. 광치기 해안, 법환포구, 수월봉 해안, 월정∙세화 바다, 함덕 바다, 종달리 바다, 김녕 바다, 용담 바다, 함덕 서우봉, 추자도, 강정 바다, 알작지... 이 바다들이 저와 함께 해줬어요. 열두 곳의 바다에서 해가 뜨고 지기까지의 다양한 풍경과 소리를 채집하고 각 바다에서 제가 직접 느낀 것을 연주곡으로 표현했거든요. 기획부터 제작까지 거의 혼자서 한 작업인 것은 맞지만, 제주 열두 개 바다가 저에게 가장 중요한 팀원이자 합주자가 되어 주었어요. 바다의 소리는 훌륭한 악기이고, 바다는 저의 가장 중요한 합주자입니다.”
Q. 이번 음악엽서책에 담긴 12곳의 바다는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바다들을 먼저 골랐어요.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제주의 다양한 바다를 여행하듯 방문하면서 조금씩 목록을 채워갔어요. 그러다 보니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 번에 다 다루지는 못했어요. 이번 음악엽서책에 포함되지 않은 바다들과도 언젠가 합주하여 음원을 준비하는 날이 올 거예요.”
Q. 열두 개의 바다, 열두 개의 음원이 담겼는데요, 그중 가장 대표곡은 어떤 것인가요?
“수월봉 해안의 소리와 함께 만든 ‘Island 0’와 알작지 파도 소리와 함께 만든 ‘Between the Sunset and the Sea’입니다. 두 음악 모두 제가 좋아하는 악기인 피아노와 첼로 선율이 아름답게 흘러요.”
“바다에는 수많은 섬이 있다. 섬들은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진다. 우리의 내면도 이와 닮은듯하다. 상황에 밀려든 파도, 감정에 쓸려온 파도 등에 의해 익숙한 섬이 없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섬이 드러나기도 한다. 어느 때는 물결만 너울댈 뿐, 깊은 고요에 잠겨있다. 내 안에 바다와 섬이 존재함은 나의 인생이 흘러가고 있다는 뜻일 거다.”
- ‘Island 0 (수월봉 해안)’, 음악엽서책 <빛의 바다, 들려오다> 중
“바다에서 지는 노을을 보고 있으면 그 당당함에 명쾌해진다. 존재를 가장 크게 드러내는 게 사라지기 직전이라니! 해의 움직임은 끝과 시작이 명확해서 좋다. 한번 들어가면 때가 될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 떠나온 것을 반추하지도, 다가올 것을 상상하지도 않고 나와야 할 시점에 그냥 다시 나온다. 그러고는 새로운 열을 뿜어낸다. 빛의 바다가 들려온다.”
- ‘Between the Sunset and the Sea (알작지)’, 음악엽서책 <빛의 바다, 들려오다> 중
Q. 제주 자연의 소리와 조화되는 음악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작곡의 영감을 떠올리는지 궁금합니다.
“작업의 시작이 늘 가장 어려우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데요. 저는 자연의 소리를 계속 감상하면서 이들이 들려주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바다는, 숲은, 새들은, 바람은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상상하며 음악을 스케치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거기에 현재의 제 상태, 감정, 생각 등이 자연스레 반영되어요. 어떨 때는 자연의 소리가 나에게 공감을 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싸움을 거는 것 같기도 해요. 아주 다양하죠. 이런 느낌들이 다 음악이 됩니다. 저는 자연의 소리를 담아 작업할 때, 자연의 소리는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자연 소리 그대로를 쓰면서 음악의 조화를 만들어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자연의 소리가 주는 메시지를 제가 강제로 한정하지 않기 위해서예요.”
Q. 음악엽서책 제작 과정에서 가장 재미있고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이번 작업은 바다를 밀착취재한 것과 다름없어요. 파도 가까이에 마이크를 대고 녹음했는데, 바다의 숨소리와 제 숨소리가 만나는 경험이 아주 경이로웠어요. 그냥 ‘바다다~’ 하고 멀찍이 떨어져 듣는 것과 녹음기를 대고 가까이서 호흡하며 듣는 소리는 다르더군요. 그리고, 자연스레 바다 생물들을 자주 만나고 관찰하다 보니 뽈뽈거리며 바다를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바다 생물들에게 꽤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자연을 사랑하지만 자연에서 만나는 작은 곤충들에 대해선 그렇지 못했거든요. 이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요.”
Q. 한편, 힘들었던 순간이나 아쉬운 부분도 있으시겠죠?
“힘들었던 순간, 많았습니다. 음악 제작을 제외한 모든 것(엽서북 편집이나 사이트 제작 등)이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라 매 순간이 도전이었어요.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도움을 주신 주위의 감사한 분들 덕분입니다. 인터뷰하고 계시는 로컬취향 대표님도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해요.”
Q. 스스로 글로 옮기자니 참 민망한데요, 그럼, 이쯤에서 드리는 질문. 작곡자이자 연주자이자 음악 기업의 대표인 이인아 님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음악은 해소의 통로입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이나 생각이 쌓이잖아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그러한 것들을 제 속에 가지고 있기보다는 그것들을 순환시켜야 건강하게 살 수 있더라고요. 창문을 열고 환기하듯이요. 제게 음악 작업은, 제가 가지고 있던 감정들이 비워지고 다시 새롭게 채워갈 제 내부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제게서 나온 다양한 감정들과 생각이 음악으로 표현되고 그 음악들은 음원 등으로 만들어져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창구로 옮겨가는데요. 음악의 음원 작업, 상품화 작업을 통해 단지 제가 비워지고 끝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공감과 연결을 만드는 예술이 됩니다.”
Q. 제주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그리고 자연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로서 이인아 대표님과 리앗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를 응원할게요! 앞으로의 활동 및 사업 계획을 알려주세요.
“올해 남은 기간에는 음악엽서책 <빛의 바다, 들려오다>를 알리고 판매하는 데에 집중하면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쉬면서 에너지 충전을 하고 내년을 다시 구상하려고요. 아마 음악 제작을 더 많이 하고,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들을 활발히 준비할 것 같습니다. 리앗의 첫 번째 음악엽서책 <빛의 바다, 들려오다>에 많은 관심 가져 주시고, 사랑해 주시면 이번에 다 담지 못한 바다들과 함께 두 번째, 세 번째 작업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만들며 경험했던 바다의 에너지를 여러분도 함께 느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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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마다 느껴지는 세세한 느낌과 정서가 있다. 그 느낌과 실제 모습이 맞는지 파고드는 게 인터뷰어의 일일지도 모르겠다. 첫인상은 상대를 알아보게 할 수도, 오해하게 할 수도 있다. 우연한 자리에서 음악 기업 ‘리앗’의 이인아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무채색, 물과 같은 느낌인데, 아름답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때 작지만 동시에 강하고 또렷한 음색을, 자유로우면서도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에너지를 느꼈다. 첫인상과 진짜 모습이 다르지 않고, 음악 하는 사람의 아름다움과 강단이 있는 분, 제주에서 ‘리앗’을 운영하는 이인아 대표다.”
Q.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 기업 ‘리앗’의 대표 이인아입니다. 현재 제주에서 음악 제작과 교육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제주에서 음악 작업을 한다’라고 하면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어요. 대표님에게서 보이고 느껴지는 이미지도 제주, 그리고 음악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첫 만남에도 했거든요. 제주에서 어떻게 음악 작업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제주 토박이는 아니지만 학창 시절부터 제주와 육지를 오가며 살았어요. 그러다가 2020년부터 제주에 정착하게 됐는데요, 제주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음악 작업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가끔 떠나고 싶은 순간이 있기도 하지만, 바다와 숲이 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이 음악 작업하는 저에게는 중요해요. 그래서 제주라는 지역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죠. 2021년부터 자연의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제주의 모든 바다와 숲이 제 작업실 같은 기분이 들어요.”
Q. 음악 기업 ‘리앗’이 궁금합니다. 먼저 리앗은 무슨 의미인가요?
“리앗은 ‘소리의 씨앗’이라는 뜻이에요. 세상의 소리를 활용해 음악을 만들어 싹을 틔우고, 사람들과 음악으로 교류하며 열매 맺고 성장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 기업 리앗은 음악 제작, 음악 치유, 음악 교육의 영역에서 다양한 작업과 활동을 합니다.”
Q. 리앗이 하는 사업 영역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려요.
“‘리앗’은 음악 제작, 치유, 교육 활동 등을 합니다. 음악 제작은 리앗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것과 외부의 의뢰를 받아 제작하는 것으로 나눠 볼 수 있어요. 올해는 자체적인 기획을 통한 음원 제작의 확장으로써 ‘음악엽서책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어요. 또한 타 기업의 매장이나 브랜드 영상 등에 사용될 곡을 목적에 맞게 제작해 드리는 작업도 하고요. 음악 치유에서는 일반인들이 연주나 작곡을 하면서 내면을 탐하고 현재의 나를 방해하는 감정들을 내보내는 작업을 합니다. 좀 거창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요. 쉽게 말해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는 거예요. 교육 활동으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 이론과 작곡 강의를 하는데, 학기 중에는 주로 학교에 출강하고 방학에는 리앗 센터(제주시 일도이동 소재)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수업하고 있어요.”
Q. ‘음악엽서책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올해 가장 집중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음악엽서책 프로젝트’는 제주 바다의 음악과 사진이 담긴 엽서책을 만드는 활동입니다. 책 제목은 <빛의 바다, 들려오다 (부제: Sunrise to Sunset on the Sea)>인데요, 약 3년간 촬영한 다양한 바다의 모습을 해가 뜨고 지기까지의 과정으로 담아냈어요. 이 엽서책만의 특별한 점은 바다 사진을 눈으로 봄과 더불어 해당 바다의 음원을 귀로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열두 개 바다의 소리에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가야금,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의 선율이 어우러진 음악 QR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음악엽서책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판매를 시작합니다. 이후에 더욱 많은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에요.”
Q. 음악엽서책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주 바다의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면 바다도 하나의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끊임없이 몰아칠 때가 있는가 하면, 나지막이 찰랑이며 귀를 간지럽힐 때도 있죠. 넘실대는 파도 소리, 얼굴을 스쳐 가는 바람 소리 등 예측할 수 없는 자유로운 바다의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어 간직하고 싶었어요. 눈과 귀로 동시에, 어디에서든, 제주 바다를 가까이서 느낄 방법으로써 ‘음악엽서책’을 많은 분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Q. 음악엽서책을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제주 바다를 직접 듣고 보고 싶지만, 여건상 쉽게 갈 수 없는 분들, 혹은 저처럼 제주 바다의 소리를 잘 간직하고 자주 열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가닿길 바랍니다. 음악엽서책은 ‘언제나 바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제주 바다를 만나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계실 거예요. 음악엽서책 <빛의 바다, 들려오다>가 여러분에게 바다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Q. 음악엽서책 속 음원에 담긴 음악 작곡과 연주를 직접 다 하신 건가요?
“음악 작곡은 제가 직접 다 했고, 피아노 연주는 한 곡의 연주 빼고는 제가 했어요. 피아노 외 다른 악기들은 연주자들을 섭외해서 진행했죠. 또 중요한 합주자들이 있는데요. 광치기 해안, 법환포구, 수월봉 해안, 월정∙세화 바다, 함덕 바다, 종달리 바다, 김녕 바다, 용담 바다, 함덕 서우봉, 추자도, 강정 바다, 알작지... 이 바다들이 저와 함께 해줬어요. 열두 곳의 바다에서 해가 뜨고 지기까지의 다양한 풍경과 소리를 채집하고 각 바다에서 제가 직접 느낀 것을 연주곡으로 표현했거든요. 기획부터 제작까지 거의 혼자서 한 작업인 것은 맞지만, 제주 열두 개 바다가 저에게 가장 중요한 팀원이자 합주자가 되어 주었어요. 바다의 소리는 훌륭한 악기이고, 바다는 저의 가장 중요한 합주자입니다.”
Q. 이번 음악엽서책에 담긴 12곳의 바다는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바다들을 먼저 골랐어요.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제주의 다양한 바다를 여행하듯 방문하면서 조금씩 목록을 채워갔어요. 그러다 보니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 번에 다 다루지는 못했어요. 이번 음악엽서책에 포함되지 않은 바다들과도 언젠가 합주하여 음원을 준비하는 날이 올 거예요.”
Q. 열두 개의 바다, 열두 개의 음원이 담겼는데요, 그중 가장 대표곡은 어떤 것인가요?
“수월봉 해안의 소리와 함께 만든 ‘Island 0’와 알작지 파도 소리와 함께 만든 ‘Between the Sunset and the Sea’입니다. 두 음악 모두 제가 좋아하는 악기인 피아노와 첼로 선율이 아름답게 흘러요.”
“바다에는 수많은 섬이 있다. 섬들은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진다. 우리의 내면도 이와 닮은듯하다. 상황에 밀려든 파도, 감정에 쓸려온 파도 등에 의해 익숙한 섬이 없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섬이 드러나기도 한다. 어느 때는 물결만 너울댈 뿐, 깊은 고요에 잠겨있다. 내 안에 바다와 섬이 존재함은 나의 인생이 흘러가고 있다는 뜻일 거다.”
- ‘Island 0 (수월봉 해안)’, 음악엽서책 <빛의 바다, 들려오다> 중
“바다에서 지는 노을을 보고 있으면 그 당당함에 명쾌해진다. 존재를 가장 크게 드러내는 게 사라지기 직전이라니! 해의 움직임은 끝과 시작이 명확해서 좋다. 한번 들어가면 때가 될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 떠나온 것을 반추하지도, 다가올 것을 상상하지도 않고 나와야 할 시점에 그냥 다시 나온다. 그러고는 새로운 열을 뿜어낸다. 빛의 바다가 들려온다.”
- ‘Between the Sunset and the Sea (알작지)’, 음악엽서책 <빛의 바다, 들려오다> 중
Q. 제주 자연의 소리와 조화되는 음악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작곡의 영감을 떠올리는지 궁금합니다.
“작업의 시작이 늘 가장 어려우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데요. 저는 자연의 소리를 계속 감상하면서 이들이 들려주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바다는, 숲은, 새들은, 바람은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상상하며 음악을 스케치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거기에 현재의 제 상태, 감정, 생각 등이 자연스레 반영되어요. 어떨 때는 자연의 소리가 나에게 공감을 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싸움을 거는 것 같기도 해요. 아주 다양하죠. 이런 느낌들이 다 음악이 됩니다. 저는 자연의 소리를 담아 작업할 때, 자연의 소리는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자연 소리 그대로를 쓰면서 음악의 조화를 만들어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자연의 소리가 주는 메시지를 제가 강제로 한정하지 않기 위해서예요.”
Q. 음악엽서책 제작 과정에서 가장 재미있고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이번 작업은 바다를 밀착취재한 것과 다름없어요. 파도 가까이에 마이크를 대고 녹음했는데, 바다의 숨소리와 제 숨소리가 만나는 경험이 아주 경이로웠어요. 그냥 ‘바다다~’ 하고 멀찍이 떨어져 듣는 것과 녹음기를 대고 가까이서 호흡하며 듣는 소리는 다르더군요. 그리고, 자연스레 바다 생물들을 자주 만나고 관찰하다 보니 뽈뽈거리며 바다를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바다 생물들에게 꽤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자연을 사랑하지만 자연에서 만나는 작은 곤충들에 대해선 그렇지 못했거든요. 이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요.”
Q. 한편, 힘들었던 순간이나 아쉬운 부분도 있으시겠죠?
“힘들었던 순간, 많았습니다. 음악 제작을 제외한 모든 것(엽서북 편집이나 사이트 제작 등)이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라 매 순간이 도전이었어요.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도움을 주신 주위의 감사한 분들 덕분입니다. 인터뷰하고 계시는 로컬취향 대표님도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해요.”
Q. 스스로 글로 옮기자니 참 민망한데요, 그럼, 이쯤에서 드리는 질문. 작곡자이자 연주자이자 음악 기업의 대표인 이인아 님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음악은 해소의 통로입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이나 생각이 쌓이잖아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그러한 것들을 제 속에 가지고 있기보다는 그것들을 순환시켜야 건강하게 살 수 있더라고요. 창문을 열고 환기하듯이요. 제게 음악 작업은, 제가 가지고 있던 감정들이 비워지고 다시 새롭게 채워갈 제 내부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제게서 나온 다양한 감정들과 생각이 음악으로 표현되고 그 음악들은 음원 등으로 만들어져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창구로 옮겨가는데요. 음악의 음원 작업, 상품화 작업을 통해 단지 제가 비워지고 끝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공감과 연결을 만드는 예술이 됩니다.”
Q. 제주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그리고 자연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로서 이인아 대표님과 리앗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를 응원할게요! 앞으로의 활동 및 사업 계획을 알려주세요.
“올해 남은 기간에는 음악엽서책 <빛의 바다, 들려오다>를 알리고 판매하는 데에 집중하면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쉬면서 에너지 충전을 하고 내년을 다시 구상하려고요. 아마 음악 제작을 더 많이 하고,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들을 활발히 준비할 것 같습니다. 리앗의 첫 번째 음악엽서책 <빛의 바다, 들려오다>에 많은 관심 가져 주시고, 사랑해 주시면 이번에 다 담지 못한 바다들과 함께 두 번째, 세 번째 작업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만들며 경험했던 바다의 에너지를 여러분도 함께 느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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